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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iah <서툰 번역의 기쁨>

모국어로 된 시를 꽝꽝 얼려서 외국어로 만들었을 때 얼어붙은 시에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

  Anna is my flatmate and she don’t know that I wrote this poetry
  (SAND journal 2019) Isaiah
 

  After I lost my shoes, I had to walk in bare foot.
  Nothing has left in my flat, but Anna and sofa bed.


  “It feels like, this world has already ended” Anna said.
  “But look, you and I are here” I replied


  It was extremely hot summer, and she just stares me
  asking she couldn’t understand what I mean


  Anna is my flatmate and she don’t know that I wrote this poetry
  (SAND journal 2019) 이 사야


  신발이 사라진 뒤에는 맨발로만 다녔다
  어느새 플랫 안에는 안나와 한 채의 소파만 남아있고


  “세상이 이미 끝나버린 것 같아”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아직 살아 있잖아?” 나는 대답한다.


  미칠 듯이 더운 여름이었고 움직이길 멈춘 그녀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Blame (미공개)
Isaiah


The angel with the collar says "Come here"
And now everything gets real
In front of the forked underpass
we had diversified

When we first made a salamander I mean
Eyes and ears, mouth When we pierced out every hole
Will the baby feel the pain? No
While tapping the hammer and brass
We were born
We became slippery
It was a feeling of departure In the apartment complex
We looked down at the lagoon

Wearing a hologram t-shirt different me in one side
and me in another side I was staring them alternately
Every my slippery brothers
Nice to meet you glad to meet
A household who gets solid as a terrine in the fridge.

"Do not blame anyone"
As we swore and ran out in union
The brothers who dying to live starts barking
We fought the demons with all our might.


원망 (미공개)
이 사야


목줄을 들고 천사가 이리 온 하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건 모두 진심인 거지
지하도의 두 갈래길 앞에 서서
우리는 다양해진다

도룡뇽을 처음 만날 때 그러니까
눈과 귀와 입 모든 구멍을 뚫어낼 때
새끼들은 아파할까? 아니지
망치와 놋쇠를 두드리면서
우리들은 태어난다
미끌미끌해진다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유수지를 내려다보았다

홀로그램 티셔츠를 사 입고 한쪽에는 다른 나
번갈아서 쳐다보고 있었지
미끄러지는 모든 동생들아
반가웠어 반갑구나
냉장고 속 테린처럼 단단해지는 식구들

누구 탓도 하지 말기다
우린 맹세하고선 일제히 달려나갔는데
몹시 살고 싶어진 동생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악마들과 싸웠다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놀러 간 친구의 집에서 어렸을 적 친구와 함께 시집을 얼렸다 녹였다 하는 장난을 친 적이 있다. 물에 젖은 책을 얼렸다 녹이면 새 책처럼 빳빳해진다는 말을 듣고 젖은 시집을 냉동실에 넣어놓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물과 얼음을 같은 것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를 다른 언어로 옮길 때 나는 번역이 하나의 시를 냉동실에 담아 얼리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모국어로 된 시를 꽝꽝 얼려서 외국어로 만들었을 때 얼어붙은 시에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


  우연히 영국을 여행하던 도중 시인과 만날 기회가 생겨서 ‘원망’이라는 시를 번역해서 보여주었다.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도 많았고 서툰 번역이었지만 시인은 한 편의 영어시를 읽듯이 시를 읽었고 그렇게 몇 편을 투고한 결과 ‘Anna is my flatmate and she don’t know that I wrote this poetry’라는 작품을 독일 잡지에 싣게 되었다. 내 작품활동의 시작이었다.


  원문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번역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영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고 무엇이 좋은 글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분명히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새로운 한국시를 만드는 기분으로 나와 다른 시인의 글들을 번역해보고 있다.

  외국어로 글을 읽고 번역할 때면 무엇이 좋은 시이고 잘 쓴 시인지에 대한 고민이 적어지는 기분이 든다. 언어라는 물성은 사라지고 입 안에서 얼어붙은 얼음을 녹여 먹으며 시가 가지고 있는 온전한 힘에 더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몇몇 문장들은 생략되고 적극적으로 오역되겠지만, 나는 전혀 다를 수 있는 두 시를 다른 시라고 믿지 않는다.

  이번 기획을 통해 내가 우연히 읽고 우연히 만난 작가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물과 얼음의 차이를 고민하는 기분으로, 외국어로 적혔기 때문에 더 솔직해지기도 순수해지기도 하는 서툰 번역의 기쁨을 같이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사야 Isaiah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재학 중
베를린 < SAND Journal > 에서 데뷔
시를 쓰고 옷을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