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 고등학교 담벼락 물 항아리가 있고. 개 한 마리가 침 흘리고 있고. 햇빛과 눈 내리는 교실 밖으로 너는 희랍어를 배우고 있다. 버스 한복판에서 소변본 남자애가 너를 불렀으나 이것은 기억의 그물이다. 하천에 흐르는 죽은 엄마가 기호로 남아있거나 화장실 빈칸에 띄어쓰기가 너라는 인칭처럼 박혀있거나 지하상가 밑으로 살쾡이가 사라질 때 어떤 기억은 타인의 낯선 표정처럼 속이 쓰렸다. 체육관은 혼자였다. 육교 위를 걸으며 농구공에 사로잡혀 카메라가 침묵을 과장할 때도. 아래층 신혼부부의 말다툼 간증할 때도. 병실에서 삶을 연장하는 환자처럼 너는 자극(刺戟)적인 이미지다. 동쪽 방향으로 할머니 댁이 있고 박정희를 연상하며 축구공 발로 차버렸으나 꿈속의 애인(愛人)은 하반신이 없다.
오후(午後)였다
Q. Z세대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기분은?
Z 세대에 대한 별 다른 생각은 없다. 개인이 뚜렷해지는 시대인 것 같다. 어떤 세대를 나눠서 현상을 분석하고 말하는 것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각자 위치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그 무언가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러한 현상은 매우 좋은 일이며 계속되기를 바란다.
조원효
2017년 < 현대시 > 등단
앤솔로지 < 도넛시티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