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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링본」

고명재
Akira Miyamoto 사진

  헤링본¹



  1
  청어의 등은 푸르스름한 청록빛으로 학대와 여름의 이파리와 관계한다 사체는 공기가 닿으면 파래지는데 할머니도 그랬다 죽기 직전에 피뢰침처럼 번쩍이며 외국어를 쏟았다


  목구멍에 박아둔 짧은 일본말
  주로 사죄하거나 놓아달라는 말이 뼈를 이뤘다

  매 순간 앞을 찌르는 것이 미래다



  2
  19세기의 과학자들은 청어의 비늘에서 빛을 내는 광원光源을 추출하려고 했다² 석탄에 박힌 별빛이 기차를 끌듯이 언젠가는 청어가 도시를 밝힐 거라고 온갖 비늘로 간판은 환하고 길목은 푸르고 몸을 뒤트는 청어를 강제로 누른 채 빛과 색을 살에서 떼어내고 싶다고 무릎에 깔린 인간이 단지 검다는 이유로, 형광등만 켜도 너는 멍들었는데 목화처럼 눈을 뜨고 우릴 봤는데 청어에 관한 실험은 폐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무릎 사이에 거위를 끼우고 자유를 뜯어서 패딩을 채운다



‌¹ herringbone, 청어의 세밀한 뼈 모양처럼 반복적으로 짜 맞춘 무늬
‌² 제발트, 『토성의 고리』


Akira Miyamoto

‌40year old, Married
‌일본 Matsuyama Ehime 거주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과 평범한 장면을
‌담아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I like your expression!)

고명재

산책과 시 쓰기를 좋아하고
엄마랑 같이 있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작가의 말

  시와 함께 전시될 사진을 보면서 빛에 관해 오래 생각했어요. 빛과 격자, 어두운 쪽과 밝은 쪽, 애도와 국화, 사랑과 절망, 비늘과 맨살, 할머니는 가끔씩 실을 꿰다가 혼자서 일본말을 하곤 했어요.

  『토성의 고리』에는 엄청난 수의 청어 떼가 해변을 횡단하는 풍경이 나옵니다. 빛깔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요. “전체적으로는 순수한 백색의 금속 광채”라고요. 인간은 그런 청어를 절단해서 잔혹하게 관찰하고 실험합니다.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절멸 직전까지 몰아가는 세계. 지금도 어디선가 아이가 울어요. 혼자 죽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정말 많은 폭력이 세상에 있고
  정말 많은 고통이 등불을 켜고
  정말 많은 것들이 입을 벌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서 아름다워서
  세상은 참 신비하고 두려워요.

  이런 와중에 시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정말 무겁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온 마음을 다해서

  요즘은 이 뒤에 붙을 말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