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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a Kim

 시마킴 x 아는사람 x 손서정 좌담

사진) 아티스트 시마킴의 사진. 

  소리 : 안녕하세요! 아는사람의 기획자 한소리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제가 아직 줌 결제를 못 해서 30분마다 퇴장이 되어요. 그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시마님은 저희와 8월 웹진 아는사람을 장식하게 되실 아티스트이십니다. 여기는 오늘 좌담 기록을 맡아주실 세은 팀원님이고요. 서정님은 오늘 함께 좌담을 나누실 음악가이고, 시마 님 이번 앨범의 A&R을 담당하셨어요.
  세은 : (짝짝짝)
  서정 : 저는 TMI를 좋아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좌담 전에 저희 과 입시과외 수업하다가 왔어요.
  소리 : (못 들은 척 한다.) 서정님도 곧 싱글을 내신대요. 그때 또 < 아는사람 >을 찾아주신다고 하셨는데요. 저희야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저희가 이제 좌담을 시작할 건데요. 자유롭게 편하게 말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간에 막 끼어드셔도 좋고요.
  디디 : (냐옹)
  소리 : 시작! (슬레이트 친다.)


자료1) 출처 visla 매거진 

  소리 : 제가 sima kim님의 정보를 찾으려고 구글링을 하다가 한 매거진(https://visla.kr/news/music/88685/)에 실린 글을 읽었어요. 2019년 당시 에이미스믹(Amismyk)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하셨다고 나와 있는데, 그냥 새로운 이름이 아닌 '또 다른 자아'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너무 흥미로워서 이 에이믹스믹의 탄생비화나, 에이믹스믹 말고 다른 이름도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시마 : 에이믹스믹은 일단 제 이름인 sima kim을 뒤집은 것인데요. 학교 다닐 때 과제로 했던 프로젝트였고, 그때는 제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던 시기라 안티테제 같은 의미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생각 없이 음악을 해보자!하고요. 학교 졸업 작품 주제도 ‘음악 산업’과 관련이 있었는데요. 뭐라고 하죠, 멈블 랩이라고 하나요? 사운드 클라우드 래퍼나 EMO RAP 계열요.
  소리 : 어려운 단어는 혹시 찝어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음악 쪽은 잘 몰라서요.(웃음)
  시마 : 네.(웃음) 멈블 랩은 제가 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장르였어요. 일각에서는 “이건 힙합도, 음악도 아니다”라고 욕을 먹는 장르였는데, 저는 좋아해서 즐겨 들었어요 멈블 랩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시작해서 메인 스트림이 되는 그런 현상들이 너무 신기했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뮤직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소리 : 그러면 에이믹스믹의 활동은 아예 중단된 건가요?
  시마 : 네, 이제 지구상에 없습니다.(웃음)
  소리 : 조의를 표합니다. (따라 웃음)
  시마 : 아, 제가 자랑을 좀 하자면요. (웃음) 에이믹스믹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haru nemuri와 함께 너바나가 다녀간 네덜란드 흐로닝언의 Vera에서 했고요. 3voor12 groningen의 2019년 하이라이트로 선정되었습니다!
  소리 : 아, 너바나! 그 티셔츠 브랜드 아니에요?
  시마 : 네, 맞아요!
  소리 : 아, 그게 사람 이름이었구나(웃음)
  서정 : [채팅창에 너바나(개유명함)이라고 쳐주심]


자료2) 구글에 '너바나'를 치면 나오는 정보들.  

  소리 : 그런데 다시 질문해볼게요. 아직 듣지 못한 대답이 있어서요. 대체“멈블랩”이 어떤 건가요?
  서정 : 아, 원래 힙합은 딱딱 들리는 가사가 중요한데, 가사가 잘 안들리게 흥얼거리는 게 멈블랩이에요. 그리고 EMO는 EMO 코어, Yung Lean이 유명해요.
  시마 : 그리고 힙합에 EMO 스타일이 합쳐진 게 EMO 랩이라고 하면 되어요.
  서정 : 나무위키에 따르면 EMO는 emotional의 약자래요.(웃음)
  소리 : 오케이, 그러면 제가 좌담을 편집할 때 다시 한번 찾아보고, 추가 자료로 전문지식을 넣도록 할게요. (웃음) 어쨌든 지금은 사라진 에이믹스믹과 시마킴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마 : 아까 말했듯이 에이믹스믹은 저와 정반대의 안티테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에이믹스믹은 곡을 쓰고 녹음하는데 거의 한 시간 이상 걸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소리 : 되게 빨랐다는 뜻이죠?
  시마 : 그냥 발로 쓴거죠.(웃음) 그리고 멈블랩 EMO 랩 해서, ‘type beat’라고 하는 게 유행했어요. 음악은 원래 오리지널리티를 되게 중요시하잖아요. 표절 시비 같은 것도 엄청 많고. 그런데 씬에서는 대체로 모두가 베껴쓰거든요. 랩도 베끼고 랩하는 방식도 베끼는 게 당연한 곳이고, 그래서 ‘type beat’라고 Yung lean과 같은 유명 래퍼의 타입을 베껴서 하는?
  소리 : 아. 본 것 같아요. 유튜브에 치면 나오더라고요. 빈지노 타입, 키드밀리 타입, 창모 타입 이런 거죠?

자료3) 유튜브 검색창에 가수 이름과 type beat를 함께 검색하면 위와 같은 비트들이 나온다.  

  시마 : 네, 그렇게 스타일을 베껴서 보통 5만 원 정도 내면 쓸 수 있게 인터넷에 올려주거든요. 그런 식으로 에이믹스믹도(저도) 작업할 때에는 5만 원 주고 사서 녹음했었어요. 그런데 Sima Kim으로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욕심이 강해서 ‘오리지널’한 음악을 더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악기도 직접 만들어 쓰고, 관련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마킴’이 모범생이라면, 아까 말한‘에이믹스믹’은 불량학생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한 학생?(웃음)인 것 같아요.
  소리 : 매거진에 나오는 ‘또 다른 나’라는 건 누가 붙여주신 건가요? 또 다른 자아!
  시마 : 그거는 그냥 매거진 측에서 붙인 거 같아요. 아, 그것도 있어요. 이번에 서정님이랑 작업하면서 서정님께서 저의 홍보를 맡아주셨는데요. 그 이후로 나온 기사들은 되게 깔끔하게 나왔거든요. 근데 예전 같은 경우는 기사들이 이상하게 나왔어요. 예를 들면 지니 매거진(
https://genie.co.kr/magazine/subMain?mgz_seq=2490)이 저를 되게 크리피한 로맨티스트로 적어 놨더라고요.“한 여성을 위해 6년 동안 만들었다”고 했는데, 사실 6년은 아니고요. 일본 음반 사정으로 4년 정도 기다렸던 앨범인 것을 저렇게 말한 거예요. 저는 한 여성을 위해 곡을 쓰지도 않았고, 그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소리 : 아 웃겨, 로맨틱한 아티스트 이미지가 강했었네요.
  시마 : 어그로인거죠..
  서정 : 여기서 잠깐, 깔끔한 기사에 일조한 제 칭찬을 해주시면 됩니다.(웃음)
  시마 : 맞아요(박수) 서정님. 너무 훌륭하십니다.

  서정 : 사실 시마님 이름이 여러 개예요. 대표적으로는 Cat Psalm도 있고, 저번에 들려준 OOO(비밀이어서 OOO처리를 했다. 이름이 OOO가 아니다.) 라는 이름의 앨범도 있는데, OOO은 bandcamp(음악가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름과 어디 베이스의 아티스트인지 쓰는 란이 있거든요? 그런데 OOO은 일본 출신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시마 : 네… 오키나와였어요.
  소리 : 아, 뭐 오키나와에서 만들었다거나 오키나와와 관련 있던 건 아니고요?
  시마 : 네. 제가 그냥 오키나와를 가고 싶어서 오키나와라고 적었습니다.(웃음) OOO 음악이 오키나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OOO은 오키나와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서정 : 기억도 안 날 많은 이름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Cat Psalm은 대중적인 일렉트로닉팝? 느낌이었고, OOO은 H&M과 같은 SPA 브랜드에서 나오는 음악 같았어요. 그런 식으로 하나의 이름엔 하나의 컨셉이 있는 건가요?
  시마 : 컨셉보다는 사람들이 시마 킴이라고 하면 안티 장르라고 하더라고요. 장르가 없다고, 여러 가지 장르로 간다고요. 개인적으로는 뭔가 장르는 아니지만, 저의 색깔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거기서 벗어나는 프로젝트의 곡을 만들면 다른 이름으로 발표를 합니다.
  소리 : 이름을 지으실 때 기준이 있나요?
  시마 : 일단 재밌는 이름? 혼자 킥킥거리는 이름들을 짓는 것 같아요.
  소리 : 본인이 지었던 이름 중 가장 웃겼던 이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마 : DJ Logitech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안 웃길 것 같아요.
  소리 : 세은 님 절대 안 웃는데요? 무표정인데?(웃음)
  세은 : 마우스 브랜드 아니에요?
  시마 : 네, 맞아요 맞아요.
  소리 : 아 웃고 싶다. 그렇지만 웃기지 않아서 슬프네요. 어쨌든 하나의 음악에는 하나의 컨셉이 있다는 거군요.
  시마 : 네, 예를 들어 DJ Logitech같은 경우는 알고리듬, 그러니까 로직을 활용한 테크노 음악을 했거든요.
  소리 : 그럼, 잠시 정리해보자면 나는 컨셉충이다!? (장난)
  시마 : 어어, 즐기지는 않고요.(웃음) 저는 컨셉을 제대로 잡고 뭔가 하나를 쭉 할 수 없는 타입이어서,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요.

  소리: 디자인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작업물을 보는데, 제가 볼 때에는 절대 음악을 전공하시면서 시각예술을 하시는 분의 작업물이 아닌 거예요. 너무 독특하고 뮤직비디오도 감각 있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어요. 뭔가 이렇게 시각 작업이 음악 작업과 어우러진 결과물로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시는지, 그리고 소리가 먼저인지 시각이 먼저인지도 궁금해요.
  시마 : 일단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는 조용기 감독님, 멜트미러 감독님, 벼락 3D 아티스트님 등 정말 출중하고 훌륭하신 분들과 작업을 했고요. 저 스스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지는 못합니다.(웃음)
  소리 : (이마 탁)그렇군요! 혹 본인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신 적도 많나요?
  시마 : 프로듀싱은 가끔씩 해요. 그리고 최근에는 UZA님 이번 앨범 영상을 좀 맡았어요.
  소리 : 원래 디자인을 하시다가 음악을 하시게 된 케이스고요?
  시마 : 아뇨, 원래 음대를 다니다가 미대로 편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정 : 예전 작업물보다 확실히 이번 앨범이 시각화가 많이 되는 느낌이었거든요. 시각 예술을 전공한 게 이번 앨범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웃음)
  소리 :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는다) 

  서정 : 소리님 바지가 너무 예뻐요.
  소리 : 여자친구랑 커플 바지예요.(웃음)
  시마 : 우와.

  서정 : 아무튼, 그래서 시각 예술을 전공한게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시마 :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시마킴으로 작업을 할 때, 제가 음대를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마킴으로 작업을 멈춘 시기와 제가 미대로 편입한 시기가 거의 비슷해요. 제가 마지막 작업을 2016년 때 하고, 편입을 2017년에 했으니까요. 저는 되도록이면 소리 자체, 음악 자체만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외부의 것들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음악이 될 수 있도록요. 그러다가 시각 예술을 전공해서도, 많이 쉬기도 해보니 그런 것들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음반 커버나 과정 중에서 아트워크를 같이 만들었는데요.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보다는 둘 다 하면 재밌으니까 (웃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요.
  소리 : 이번에 sima kim님의 작업물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저는 원래 음악을 찾아 듣기로 유명한 편인데, 시마님의 작업은 정말 누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찾는 게 어려웠어요.(웃음) 그래서 낯설기도 했고요. 그런데 작업물을 계속 보다 보니까 신기한 게, 미니/정규 앨범의 기존적인 행보가 아니라 기획된 전시처럼 느껴더라고요. 그래서 매 앨범마다 메시지가 뾰족하다! 이거 분명 메시지가 있다, 했고요.
  서정 : (웃음)
  소리 : 일단 나는 느꼈어. (고집스럽다.) 독보적이고 강렬하게 와닿는 게 있었거든요. 혹시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의도한 게 있는지, 아니면 나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시마 : 아까 전 이야기와 연관되는데요, 예전에는 음악에서 저를 지우려고 되게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유럽에 가서는 한국에 6년 동안 한 번도 안 들어왔어요. 제가 했던 노력이라면, 예전에는 저를 지우고 음악만 남기려고 했던 시도들 같아요.
  서정 : 그런 게 음악이 강렬하게 와닿았던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시마 : 제가 소리 님이 (대체 혼자서) 뭘 느끼셨는지 궁금한데요. 이제는 굳이 저를 지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글쎄요. 만약 뭔가를 강하게 느끼셨다고 하면 제가 음악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웃음)
  소리 : 그렇군요. 역시 독자의 해석은 지구를 삼킨다고… 맞습니다. 음악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박수) sima kim님의 작업은 어쨌든 다 예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공통적으로 느끼시기에 예술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과 '절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시마 : 없습니다. (깔끔)
  소리 : 그렇군요. (아쉬운 표정) 넘어가겠습니다.

자료4) 시마킴의 이번 앨범 표지.

  소리 : 이번 앨범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것에 특별히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마 : 예전 음악들을 들어보면 노이즈나 드론 같은 걸 많이 쓴 걸 알 수 있어요. 사실 지금 k-pop이 있고 j-pop도 있지만, 20세기 이후 서구화된 문명에서는 서양의 관습화된 음계를 그대로 쓴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왜 내가 서양 문화를 따라야 하는지 그게 싫어서 되게 드론이나 노이즈 같은 걸 쓰면서 관습을 피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그냥 나는 멜로디, 리듬이 좋은 사람이구나’라고요. 그래서 다른 음반보다 더 멜로디적이고 리듬감이 있는 앨범인 것 같습니다.
  서정 : 그러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멜로디와 화성학적인 면을 신경 쓰면서도 시마님의 아티스트적인 자아를 지우지 않으려고 한 거라고 볼 수 있나요?
  시마 : 저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대로 한 것 같아요. 전에 같은 경우는 뭔가 “이건 너무 멜로딕하지 않아?”라거나 “이건 너무 이모셔널하지 않아?”라고 해서 버렸던 것들을 지금은 그냥 “좋네”하고 그대로 쓴 앨범인 것 같습니다.
  소리 : 사실 저희가 시마님과 함께 하게 된 건 서정 님 덕분이잖아요. 저희는 항상 문화예술 웹진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실 시각 작업까지밖에 손을 끼칠 수 밖에 없었거든요. 또, 기존의 음악 스타일을 벗어나서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 “이게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음악이다!”하는 그런 확신을 가질 기회가 필요했는데, 시마님 음악은 여러 소리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와서 좋았어요. 독특했고요. 같이 하게 되어서 정말 좋은 기회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료5) 시마킴이 아는사람과 함께 진행하게 될 세미나. 시의 모양과 소리를 주제로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를 음악화하는 방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Zoom 채팅 이용, 참여비 무료. 날짜 미정. 

 
 소리 : 또 이제 저희와 함께 진행할 세미나도 ‘시를 소리화하기’, 사물화된 소리 이런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 팀원들끼리도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시마 님 노래를 개 크게 틀면서 노트북으로 ‘와, 개쩐다’ 이랬어요. 저희는 문학밖에 모르는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 ‘개쩐다’밖에 없어요.(웃음) 그래서 우리가 어쩌다 이 사람하고 같이 하게 됐는지 신기하기도 했고요. 많은 웹진에서 인터뷰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학 웹진은 저희 아는사람이 처음이지 않으신가요?
  시마 : 네 맞습니다. 영광입니다.(웃음)
  소리 : 그렇죠.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질문입니다. 웹진 < 아는사람 >이라는 걸 접했을 때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여쭙고 싶었어요. 음악 전문 웹진이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함께 했던 다른 웹진과의 차이점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마 : 일단 저는 아는사람 홈페이지를 처음 봤을 때 되게 친숙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선지 마음의 벽 같은 게 금방 사라졌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이 컴퓨터를 쓰는 일이어서 컴퓨터를 계속 보지만, 인터넷을 쓰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요즘 인터넷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라요. 그런데 웹진 < 아는사람 > 홈페이지의 게시판들이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게시판이 있는 홈페이지를 오랫동안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게시판이 있더라고요. 게시판을 사용하는 웹진이 있다니, 이게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소리 : 정말 뾰족한 말씀이시네요. 띵언. 방금 말씀 볼드체 합시다. (웃음) 평소에 시마님은 문학을 자주 접하시나요? 책을 읽으신다거나, 솔직하게요.
  시마 : 저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고요, 비문학과 거리가 좁습니다.(웃음) 최근에 읽고 있던 게 ‘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학’이에요. 


  소리: 사실 서정님이 멱살 잡고 이끄시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시마 님이 이번 저희와의 프로젝트에 굉장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셔서 놀랐어요. 저희는 지금 웹진을 통해서 수익 창출을 하는 게 아니고, 따로 수익 구조도 없고 사업 진행 중인 것도 아니라서 사실 당당한 태도를 처음부터 취하기는 어려웠거든요. 요구를 하기에도요. 먼저 하자고 제안주신 세미나와 워크숍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그랬어요. 세미나나 워크숍 등을 많이 해보신 것 같았는데, 혹시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닌 곳에서도 하신 적이 있으신지, 평소에 세미나를 하시는 이유나 이런 것들이 좀 궁금합니다.
  서정 : 먼저 해명을 하자면요.(웃음) 멱살을 잡은 게 아니라, 처음에는 그냥 소리 님이 시마 님 인터뷰 하고싶다고 하셔서, 콜라보 제안이 왔다, 정도로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그냥 인터뷰를 하는 거고, 두 번째는 뭔가 워크숍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지원사업이 없으니까 두 번째는 이건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해주셨어요.
  소리 : 아 정말요? 너무 감사드려요, 박수!
  다같이 : 짝짝짝
  시마 : 맞아요. 서정님이 멱살을 잡지는 않으셨고, 저는 서정님을 믿고 진행했어요. 그런데 추천하지 않는거면 세미나는 없던 일로 할까요? (장난)
  소리 : 아, 아닙니다. 아무튼 저희 측에서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여기서 한번 세은 님의 말을 들어볼까요? 제가 원래 기획자인 동시에 운영자인데 제가 다 해놓고 대뜸 말해요. 그래서 사실 팀원들도 처음에 의아했을 거예요. 갑자기 뮤지션을 알게 되어서 뭘 한다고 했을 때 어땠나요?
  세은 : (웃음) 갑자기 회의를 잡았는데 “우리가 뮤지션이랑 콜라보를 할거야”라고 들어서 저랑 다른 팀원이랑 둘다 “네?”이랬어요. 저희가 지금까지 뮤지션이랑 콜라보를 한 적이 없었거든요. 화가님이랑 콜라보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뮤지션이랑은 처음이어가지고 “아, 또 언니가 어디선가 일을 물어봤구나”생각했어요.
  소리 : 제비, 제비
  세은 : 그래서 저는 사실 어머니도 음악 전공이셔서 음악회를 많이 따라다녔는데 시마님 음악을 듣고 ‘이분은 천재시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콜라보를 하게 되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소리 : 저도 어릴 때 시립소년합창단 했었어요. TMI. (웃음) 아무튼 시마님은 워크숍과 같은 걸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시마 : 일단 서정님의 추천과, < 아는사람 >에 게시판이 있는 것이 좋아서 덥석 오케이를 했어요. 오케이를 하고 나서 생각을 했죠. 일단 첫 번째는 제가 보기에 < 아는사람 >은 무게의 중심이 주로 시에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시는 정말 아는 게 1도 없거든요. 잠시 여기서 고백하자면 저는 최근 한 1년에서 2년 전 유럽에 있을 때 혼자서 시를 쓰기는 했어요.
  서정 : 아 진짜요?
  시마 : 시처럼 보이는 글들을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에게 시라는 건 다른 세상이기 때문에, 제가 쓴 글을 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아는 게 1도 없는데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했는데요. 아까 이야기했나요? 제가 돈을 안받고 강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세은 : (박수)
  소리 : 지원사업 물어와. 자본 좀 물어와, 소리.
  시마 : 제가 일반인 대상 강의라고 해도 음악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 강의를 했거나 그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정말 모르는 세상에 사시는 분들에게 강의를 한다고 해버려서 어떡하지… 고민을 했지만, 저는 그냥 강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도대체 내가 뭐길래 내 전문분야도 아닌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냐’라는 고민을 하긴 했지만, 가르침보다는 제가 아는 것을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학생과 교사의 위계가 너무 강하잖아요. 선생님이라고 하면 되게 권력을 가지고 있고. 저는 그런 존재는 절대 아니고,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조금씩 알려주는 친구 정도로 강의를 하는 게, 이유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소리 :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희가 첫 세미나 이름을 정했어요. 첫 회의 때 가제는 '사물화된 소리'였는데, 아는사람 팀원 회의를 거치고 시의성(詩儀聲)이라는 띵제목을 만들었어요. 왜 이게 띵제목이냐면 저희가 제목을 진짜 못 지어요.
  세은 : 저희가 진짜 제목을 진짜 못 지어서요. 항상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프로젝트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목을 짓는 게 저희한테 제일 큰 문제였어요. 원래 저희 게시판 이름이 ‘문세나 폴리스’였다니까요. 문학 플러스 메세나 폴리스. 소리 님이 가져오셨고요.
  시마 : 어, 좋은데요?
  소리 : 봐봐, 좋다잖아요.
  서정 : 아니, 별로인 것 같은데요?
  세은 : 진짜 별로예요. 그때 당시에 다른 팀원 친구랑 저랑 둘 다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랬어요.
  소리 : 이번엔 그래도 시의성 짓고서는 저희끼리 되게 감탄했어요. 너무 잘 지었다고.
  세은 : 우리가 제목을 지을 줄 아는구나 하고 감탄한 거죠.
  시마 : 저는 처음에 시의성을 듣고 ‘우와 제목을 잘 짓는 사람이시구나’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제가 그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기에 능력이 안 되지 않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소리 : 에이, 아니에요. (무척 뿌듯함)
  시마 : 저는 워크숍도 이렇게 좌담하는 것처럼 편하게, 뭐 먹을 거를 가져와도 좋고 그런 분위기였음 좋겠어요.
  소리 : 다과회같은 느낌인가요?
  서정 : 다과회 너무 좋아요. 컨셉 잡아서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해요.
  소리 : 맥주, 맥주! 성인이 아닌 분들은 주스로(^^)
 
  서정 : 제목 이야기가 나와서 드는 생각인데, 시마님은 평소에 노래 제목은 어떻게 지으시는지 궁금해요.
  시마 : 음… 역으로 먼저 하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음악의 초창기, 시작지점이 있을 거잖아요. 당연히 리듬부터 시작했겠죠. 인류 초창기의 음악은 제목을 어떻게 지었을까요?
  소리 : 그 전에 음악이라는 단어가 있었을까요?
  시마 : 기록이 시작되기 전부터 음악은 이미 있었겠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류 초창기의 음악에도 제목이 없었을 거예요. 사실 클래식, 서양에서도 제목을 본격적으로 붙이기 시작한 것도 18세기, 19세기부터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음악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오래 생각을 했어요. 음반을 내려면 물론 제목을 붙여야 하는데, 그게 되게 상품에 패키지를 붙이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모든 음악을 Untitled 1, 2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자연스럽게 짓는 것 같아요. 제목이 먼저 떠올라서 정해 놓고 음악을 짓기도 하고, 작업하다가 제목을 고민하다가 갖다 붙이기도 하고 그래요.
  소리 :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시마님 말처럼 옛날에는 제목이라는 게 없었고 어떤 상황에 이것을 하는 목적만 염두를 두었을 텐데 언제부터 제목이 시작되었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사실 우리는 당연하게 모든 것에 제목과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이건 애초에 제목이 없었는데 왜 제목을 지어야 하는지’라는 질문도 저희에게 호기심으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서정 : 아날로그 DIY 신시사이저를 만드는 워크숍에서 처음 만났는데, 당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만드는 과정은 같았지만, 완성된 신시사이저에서는 각자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어요. 완전히 다른 소리요. 그래서 그때 ‘이 악기는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를 구분하기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아노와 같은 악기들은 규격이 있고, 좋은 소리는 이런 거다, 좋은 브랜드는 이런 거다, 좋은 연주법은 이런 거다 등등 여러 기준이 있잖아요. 일렉기타 같은 경우에도 '결국은 펜더, 깁슨 사의 기타를 쓰게 된다' 라는 말이 있고요. DIY 신디사이저는 기준이 없으니까 구분이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럼에도 시마 님은 DIY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그중에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소리를 고르셨을 텐데, 음악을 만드실 때 소리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시마 : 보통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를 구별하잖아요. 근데 저는 거기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거든요. 음악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펜더, 깁슨이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낡아빠진 업라이트 피아노의 소리가 어울리는 음악이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음악 쪽에 미신이 많다고 느껴요. 비싼 악기가 더 좋은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는 문맥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꼭 비싼 게 좋을 필요도 없고 각자의 개성이 다른 거니까요.
그래서 DIY 신디사이저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음악을 하려면 무엇을 사야 한다,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정석도 정석이지만 자본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사실 음악은 컴퓨터로만으로도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서정 : 이번 앨범에서는 어떻게 소리를 고르셨나요?
  시마 : 저는 DIY 신디사이저를 가지고 놀면서 녹음을 했어요. 그리고 들어보면서 이 소리를 쓰면 알맞겠다, 이 멜로디를 쓰면 좋겠다고 듣고 정했습니다.
  소리 : 궁금한 게 DIY 신디사이저는 무엇인가요?
  시마 : 직접 만든 전자악기예요.
  소리 : 얘기를 들어봤는데, 이런 질문이 떠올라요. 결국 시마님은 음악을 할 때 자본은 큰 걸림돌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인가 여쭙고 싶어요.
  시마 : 네. 저는 그런 측면에서 컴퓨터의 발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컴퓨터가 최고의 악기라고 여기고요. 모두가 가지고 있고,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서 편집할 수 있고요. 음악을 하기에는 컴퓨터가 최고지 않나 합니다.
  소리 : 초보들에게, 음악을 하고 싶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시작하고 싶어서 혼자서 유튜브나 독학으로 도전할 수 있을 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시마 : 음악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추천드리는 프로그램은 에이블톤과 제가 이제까지 써본 최고의 악기인 ‘SuperCollider’입니다. 다만 ‘SuperCollider’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혼자 공부할 수는 있는데 프로그램 언어이기 때문에 코딩을 할 줄 모른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서정 : 저는 시마 님만큼 디지털 인간이 아니지만, 저도 자본 없이 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만으로도요. 제가 최근에 만든 음악은 반주부터 멜로디까지 다 목소리로 만들었거든요. 그런 거는 녹음기만 있으면 되고요.
  시마 : 서정님 말씀처럼 컴퓨터보다 대단한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인 것 같아요.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목소리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서정 : 의견이 바뀌었네요(웃음)
  시마 : 바뀐 게 아니에요. 까먹었다가 떠오른 거예요.(웃음)


 서정 : 작업을 하면서, 그리고 이번 앨범과 저번 앨범을 들으면서 ‘모두를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마 님의 노래에는 가사가 없기 때문에 정보의 격차가 없고, 딱히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들으면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는데 국적이나, 음악적 지식의 유무와 같은 것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시마 :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요.(웃음) 저는 시마 킴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소리 : 혹시 시마 님은 ‘이런 사람이 내 음악을 듣지 않을까’ 하는 타켓층을 설정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누군가를 청자로 생각하고 만드는지 궁금하다. 생각해본 적 있나?
  시마 : 저도 타겟층 설정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서정님과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저희의 결론은 undefined였습니다.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소리 : 어떤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나요?
  시마 : 그냥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아요.
  서정 : 이번 앨범 Pluged Eyes는 인류가 없는 지구가 컨셉이잖아요. 실제로 음악을 들으면 공간감이 확 느껴지는 게 되게 재밌어요. 일반적인 음악들보다는 사운드스케이프적인 느낌이 강하다. 뮤비도 그렇게 나왔고 곡 하나하나도 그런데 이번 앨범의 컨셉이었나요? 아니면 시마 님의 평소의 스타일인지 궁금해요.
  시마 : 음... 평소의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웃음)
  서정 : 평소에도 공간감에 신경을 쓰시나요?
  시마 : 딱히 신경을 쓴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신경을 쓰는 것 같네요.(웃음) 신경을 꽤 쓰는 것 같습니다.
  서정 : 그러면 보통 어떤 공간을 생각하시면서 작업을 하시나요?
  시마 : 왼쪽 귀에서 오른 쪽 귀까지 소리를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서정 : 그러면 시마 님의 음악을 들을 때 어떤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게 목표인가요?
  시마 : 아니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웃음)
  소리 : 저도 서정님의 이야기에 동감해요. 저는 지구 그 바깥에서 떠다니는 운석이나 먼지들을 채집한 것 같은 음악이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문학 말고 음악의 지식이 거의 없어서 서정 님의 질문을 듣고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 한번 찾아보았어요.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시장의 소음, 바닷가 소리, 풀벌레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채집하고 다시 편집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데, 제가 앞서 언급한 ‘채집’이라는 단어가 또 나와서 겹쳐요. 그래서 좀 천재 같아요. (웃음)
  시마 : 소리님이 그런 걸 느끼셨다니 소리님이 천재이신 것 같아요.
  소리 : 뭔가 예술적인 소음, 안 거슬리는 소음이라고 느껴져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시마 : 비하인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벼락 아티스트 님의 작업실에 자주 방문하는데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주에서 보통 지구로 시점을 전환시키는 그런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소리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뮤직비디오를 보신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웃음)
  서정 : 소리님이 말했던 그런 에너지가 다 느껴지나봐요.
  소리 : 그렇군요. 저는 천재입니다(웃음).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천재입니다.

자료5) 시마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서정 : 다음 질문을 하자면 창작 과정이 보통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어떤 사람은 핵심이 되는 코러스의 멜로디부터 쓰고, 가사부터 쓰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반주부터 만드는데 시마님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저에 대해 이야기하면 저는 세상에 떠다니는 가사와 멜로디가 짝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사와 멜로디가 한번에 나오는 느낌이에요.
  시마 : 저는 좀 한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작업 과정은 일단 좀 한가하고 심심하면 곡이  나오는 것 같아요.
  소리 :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심심하면 글써.(웃음) 그리고 뚝딱 완성하는 것 같아요.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해요.  
  서정 : 그러면 심심할 때 컴퓨터를 켜서 코딩하시는 건가요?
  시마 : 코딩을 할 때도 있고, 회로를 만들 때도 있고, 키보드를 연결해서 멜로디를 연주할 때도 있고, 코드부터 짤 때도 있고요.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를 위한 반주를 짓다가 노래를 빼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서정 :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서도 활동하셨는데,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문자 없는 예술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네덜란드의 음악 씬과 한국 음악 씬의 차이가 많은가요?
  시마 : 일단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인구가 적어요. 그래서 씬은 더 작고요. 한국도 꽤나 음악적인 면에서는 보수적인데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로 보수적이고요. 그런 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그래도 트렌드가 바뀌잖아요. 그런데 네덜란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하드코어 테크노, 하우스, EDM이 유행이에요. 인디씬 같은 경우는 더 작고요. 뭔가 보이는 건 달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서정 : 약간 작은 나라들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네요. 덴마크도 진짜 작아서 씬도 작더라고요. 그러면 거기는 라이브 공연에 관객이 많나요? 한국은 음원 시장은 꽤 큰 반면 인디 라이브 시장은 거의 죽었잖아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마 : 그게 좀 재밌는 부분인데 일단 인디 공연같은 경우는 비어있는 것 같아요. 조금 규모가 있으면 사람도 많아요. 생각을 해보면 한국 같은 경우는 버라이어티하지는 않지만  놀 수 있는 곳이 많잖아요. 네덜란드는 그런 게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항상 가는 공연장도 정해져 있고요.
  서정 : 우와, 되게 신기해요.
  시마 : 그래서 연령대는 되게 다양해요.
  소리 : 그런데 한국인이 외국으로 음악을 배우러 가는 경우는 흔한데 혹시 외국에서 한국으로 음악을 배우러 오는 것도 흔한가요?
  시마 : 글쎄요. 음악은 잘 모르겠어요. 대신 미대에서는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제 친구도 한국으로 교환을 왔었고요.

자료6) 시마킴이 서정에게 추천해준 스팀 게임 Meadow(목초지라는 뜻이다.) 

  서정: 저번 앨범 회의 때, 각 노래가 하나의 테라리움 같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 앨범도, 요즘 만들고 있는 VR 게임도 만들고 계시고, 저한테 추천해주신 메도우(meadow)라는 스팀 게임도 그렇고 어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세계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시마 님이 꿈꾸는 새로운 공간, 테라리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시마 : 꿈꾸거나 상상하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꿈꾸기보다 각자만의 시스템과 체계가 있는 세계들을 정성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서정 : 어떤 하나의 개체들에게 존재할 각각의 세상을 궁금해하는 느낌인가요?
  시마 : 그것보다는 아름다운 것을 지켜보는 게 좋아요.
  소리: 서정 님에게 추천해준 스팀 게임이 무엇인가요?. 꼭 예술이 금지된 나라에서 유일하게 숨어 예술을 하는 천재들의 악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웃음) 괜스레 궁금해져요. 알려주세요.
  시마 : meadow라는 평화로운 게임인데요. 동물이 되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게임입니다(웃음)
  소리 : 예술에 도움이 됩니까?
  시마 : 저는 예술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서정 : (웃음) 평화로운 게임이에요.
  서정: 저번에 써 주었던 라이너 노트 중..[세상에는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많아요. 예를 들면 아날로그 신디사이저가 더 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아날로그 서킷은 변수가 많아요. 주위의 전기 신호 - 잡음 - 가 회로에 흘러들어오기도 하고 온도에 따라서 특성이 변하는 경우도 많고요.]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은 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소리를 더 좋아할까요? 시마 님은 이번에 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썼는지 궁금해요.
  시마 :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저는 이번에 만들어서 ‘만들었으니까 써야지’라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서정: 마지막 질문인데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자신이 음악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놀리는 투) 음악은 전업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자기는 음악계를 떠났다고 얘기하셨는데, 앞으로도 쭉 전업을 하지 않을 생각인지 궁금해요.
  시마 : 음악을 전업으로 할 생각은 없고,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소리 : 마지막으로 8월의 시마님과 아는사람의 협업을 볼 아는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시마 : 아는사람과 같이 열심히 준비하고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