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상에 동전을 던지듯 새총으로 마음을 던져 넣을 수 있다
집의 외부 구도를 관찰한다
기둥 아래 단단한 그림자
반듯한 각도로 정원과 집을
침범하는 선
들어갈 수 없는 차원은 아름답다
불 지르고 싶은 마음
불의 범위
구덩이까지
문
부술 수 없는
눈빛
집의 외부 구도를 관찰한다
꽃다발을 들고 난간에 기대어 있는 아이는 동그란 머리를 가졌다 건축물 일부처럼 분수대의 조각상처럼 멈추어 있다 작은 천사인가 그대로 멈춰있으면 소원을 빌어야 한다 소원상에 동전을 던지듯 새총으로 마음을 던져 넣을 수 있다
초겨울의 햇빛이 문구멍으로 쏟아진다
엎질러진 물에 입김을 불면
얇은 빙판이 생기는
차가운 현관
아침 새가 울다 간다
집의 외부 구도를 관찰한다
장미나무 밑을 조용히 기어가던 뱀은
외벽과,
창문과,
내부
중앙
여러 구도의
절망
부서짐
처음 보았다
건조한 경첩의 안과 밖
바닥과 벽을 지난다
넓게 번지는 불길은 어디에 있나
집의 외부 구도를 관찰한다
뱀은 불타 죽는다
울타리 안쪽의
돌멩이
몇 마리의 뱀이 덫에 걸려 죽기도 했다
건재한 집
자연석
긁힌 집의 내부를 상상한다
여한솔
1994년 대전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21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별이 충돌하고 천연의 빛으로 떨어진 운석에는 독과 미래가 있네
길을 찾은 것 같다.
세상에 잘못된 길은 없다는 말. 그 말의 속뜻을 지금껏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절망이 막판까지 따라간다는 속뜻을 당신은 알았을까.
이제껏 몰랐다. 기다리던 답은 오지 않는다고. 나무에 썩은 구멍을 보라고. 집이 오래 잠겨 폐허가 되고 있다고. 금광을 헤집는다 해도 내 뇌는 결국 돌 틈 사이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그것을 나는 유성이라고 부른다.
내가 몇 번씩 죽인 것은 나였다. 그러지 말라고. 그러지 좀 말라고. 그럴 적마다 작은 불이 흘러나와 발밑 자리에 끓고 식고 반복했다.
부싯돌처럼 내 몸에 기대 빛내던 것이 유성이라 믿었지.
마음 빈칸으로 무수한 돌이 쏟아졌다.
그것은 무엇인가. 영향력은 무엇이며,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게 되었는지, 나는 대의가 없어서 혼자 생각했다.
남의 불행을 내 불행으로 끌고 왔다. 남의 희로애락 내 마음으로 끌고 와 울다 웃고 그랬네.
그게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까만 영혼을 몽둥이질하며 끌고 갔다. 누구도 값진 것을 내어주지 않은 궤적이었다. 내 것도 남의 것도 되지 못한 그것은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다.
손안에 있던 믿음을 부러뜨리고 모든 빛을 반사시키며 걸어갈 차례도 있는 것이다. 달빛도 햇빛도 절망과 땀까지 내가 끌어 보내야 할 것.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버린 것이다.
그것이 믿음이거나 어리석음이었거나 번듯한 땅일지라도. 오래도록 나를 검게 끓게 한 것이다.
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 ART MUST GO ON > 선정작
주최주관 : 한소리(아는사람)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