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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의 쓸모, 원나래展 

  

  본인은 사회와 문화 내 보통으로 통용되는 것들에서, ‘여성’과‘어린아이’를 관념화하고 있는 것과 그의 실상, 그 안의 불합리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업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성, 어린아이(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 혹은 어린이)’ 라는 인물이었을 때, 사회적 약자의 위치로 놓이는 상황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별과 나이로 대인관계에서 상대적 열위와 박탈감, 혐오, 차별, 강압적인 언행으로 무력하게 당하거나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바라보며<통념, 관념의 것들이 둘러싼 삶에서 스스로 중심 잡지 못하고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의 실상과, 불합리한 것들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 

  ‘분홍의 쓸모’는 총 108개의 분홍에 관한 이미지를 제작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내리지 못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작업이다. 종이에 아크릴 물감, 색연필, 오일 파스텔, 오일바, 스프레이 등의 재료를 사용하며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 위에 파지, 색종이, 비닐 등의 재료를 덧붙여가는 꼴라쥬도 더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묻고, 의심하고, 고민하고, 갈등하며 찾아가는 사실과 감정, 그 널뛰기의 기록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기록하고 있다.

  작업은 늘 주어진 것들 내의 삶의 양식과 태도를 선택해 왔던 경험에서,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것을 찾는 경험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다. 이는 객관식 문제보다 주관식 문제가더 어렵고 번거로운 것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렵고 번거로운 것을 통과하여, 스스로 옳은 것을 선택하는 삶이길 위함이다.


원나래 Won Narae

2019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2014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SOLO EXHIBITION

2019 진한 습실, 사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8 요람으로 쓰러지는 법, GALLERY S101, 서울
2018 가벼워 자꾸만 떠오르는 것들, 예술공간 서:로, 서울

단체전 / GROUP EXHIBITION

2020 겸재 내일의 작가전,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2020 MAY FLY XXIII, 아트스페이스 세이, 서울
2019 아시아프, DDP, 서울
2018 Drawing on paper, 예술공간 서:로, 서울
2017 일리전, 공간:일리, 서울
2017 히치하이킹-drawing, 예술공간 서:로, 서울
2017 10 years of Asyaaf, DDP, 서울 외 다수 전시 참여


수상 / AWARDS

2020 겸재 내일의 작가상,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2014 아시아프 프라이즈, 문화역서울 284, 서울














narae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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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다음 장소

  눈을 뜬다. 

사물이 있고 허공이 있다. 
허공이 허공에 붙어 있다. 
사물이 붙어 있는 곳은 허공이 아니다. 
직전의 꿈은 뭐였지? 
이불에서 빠져나온다. 
이불이 일그러진 형태로 굳어있다. 
지난밤 나는 모로 누워 핸드폰을 보다가 잠에 빠졌다. 
자다가 자세를 바꿨을 것이다. 
중간에 목이 휘었을 것이고, 
치켜든 턱의 방향을 바꾸었을 것이다. 
한두 차례 허공에 대고 헛손질을 했을 수도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움직임에 따라 이불이 움직였을 것이다. 
나의 입가에 말라붙은 침 자국. 
고개를 돌리다 새로 발견한 얼룩. 

누가 저 얼룩을 남긴 거지? 자꾸 뜯겨나가는 



108-4,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108-5,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부분들

  사물들의 배치가 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 식상한 배치를 달리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한쪽 벽면을 메우고 있는 책장, 

칸마다 각기 다른 테마별로 꽂혀 있는 책들 무작위로 섞어버리고. 
먹다 남은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눌러 담고, 
그로 인해 빵이 으스러지고 
하얀 크림이 솟아오르고 초가 부러지고. 
나는 바퀴 달린 3단 서랍을 거꾸로 들어 
잡다한 물품들 모두 털어내고. 
옷장을 넘어뜨리고 장롱을 넘어뜨리고 
선반을 내벽을 창문을 공원을 구름을 
그리고 이미 엎어진 것들까지. 
그럼에도 줄지어지고 연속된 것들 
사방으로 퍼트린 다음 다시 한데 그러모아 보고. 
이곳은 어디지? 
사용성에 따라 사적인 이벤트에 따라 재료와 물성에 따라 
이렇게도 묶어보고 저렇게도 묶어본 뒤, 
하나의 색채와 계열에 따라 다시 풀어 헤쳐보고




108-6,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108-7,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108-7,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사물들의 배치가 나의 동선을 구성하고 있다.
나의 동선에 따라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나는 필요한 물품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내가 움직이는 곳에는 내게 불필요한 물품도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필요해 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나는 무엇이든 허공에 떼어다가 붙이며 


나의 멋대로 무분별하게 무작위로 뒤섞고 
일절 공들이지 않고 그저 보이는 얼룩들 
문질러 닦아내는 사물이 붙은 곳에 
허공이 붙어 있는 

  그런 의미에서 이 행위에 객관은 없다. 

소통이 안 된다. 
무용하다. 

객관이야말로 환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단지 주관만이 내밀한 이미지만이 있다. 



108-9,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108-10,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108-11, 2021, 종이에 혼합재료, 27.3x22cm



  그 이미지는 직전의 꿈은 이불의 비정형은 시는 이상해.
그 이상함이 너무 돋보여 나는
그와 비슷한 현실의 이상함을 자꾸 간과하게 되는 것 같다.
혹은 이 난해한 현실을 있는 힘껏 바라보게 되고



Untitled, 2019, 종이에 혼합재료, 60.6x72.7cm

강요된 목욕, 2019, 종이에 혼합재료, 53x40.9cm

강요된 목욕, 2019, 종이에 혼합재료, 53x40.9cm

 

나는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모르는 장소로 이동한다.
모르는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으리라 믿으며.
낯선 동선으로. 퇴행하는 방식으로.
감속하는 시간 속에서 끝없이 흐르며.
그다음 장소에 대해 어떠한 형태도 전제하지 않는 장소로.
비유표적인 장소로.
분홍의 유용함이 작동하는 곳으로.
새로운 색에 자리를 내어주는 색을 향해.



요람으로 쓰러지는 법, 2018, 종이에 혼합재료,  80.3x100cm

유영하는 덩어리들, 2019, 종이에 혼합재료, 80.3x100cm



상상 가능한 이미지 전후로. 
덧칠이 마르기 전으로.

분홍의쓸모展 
서평 
김건홍(시인)





2시가 지나면 위층에서 저주파가 흘러나온다.
  나는 그 시각부터 청소하기로 하고
  아이는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한다.
  무언가 속을 틀어막은 것 같다고
  탄산음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기 시작하고
  여기서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하면서
  결국엔 모든 창문을 개방하고
  아이는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아이는 죽은 척을 하다가 잠이 든다.
  나는 아이를 깨우지 않는다.
  나는 청소기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선을 잡아당겨 줄줄 뽑아낼 뿐이다.
  그러니 아이는 여기서 한 번에 사라지지 않고
  아이는 나의 그랜드피아노를 열고
  피아노 내부로 들어간다.
  나는 그것을 못 본 척한다.
  나는 그것을 못 본 체 손걸레로 바닥을 닦고
  제대로 닦은 곳을 기억하지 못해 아이의 꿈에서
  흘러나온 침을 주워 담고 더는 바닥에 침을 뱉지 않고
  입안에 침이 고이고 그렇다면
  엉뚱한 곳에 있는 물건들을 원위치에 놓으면
  흰 건반 검은 건반 하나씩 들어 올려 먼지를 닦고
  아이가 그것을 도와준다.
  아이가 그런 것들이라도 조금이나마
  나를 돕고자 한다면
  나는 청소를 좀 더 수월히 해낼 수 있다.


「저주파」 , 김건홍 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